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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

중국 부동산 신화의 종말 - 헝다 창업자 쉬자인 무기징역 선고

by 폴리조커 202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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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0일 중국 선전시 중급인민법원에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창업자 쉬자인이 선고를 듣고 있다.|AP/연합

중국 부동산 신화의 종말

무기징역 받은 '아시아 최고 부호'와 휘청이는 중국 경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불패 신화가 있었습니다. 땅만 파면 황금이 솟아나고, 빌딩을 올리기만 하면 아파트표 로또가 터지던 시절이었죠.

그 화려한 신화의 중심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Evergrande) 그룹과 그 창업자 쉬자인 회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황금기는 참혹하게 끝났습니다.

최근 중국 사법당국은 쉬자인 회장에게 무기징역과 전재산 몰수라는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한때 아시아 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 법정에서 경찰관 사이에 서서 판결문을 듣는 모습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맞이한 비극적인 결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쉬자인 회장의 몰락부터 시작해 지금 중국 도시들의 집값이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그리고 이 사태가 앞으로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 흙수저에서 아시아 최고 부호, 그리고 무기징역까지

쉬자인 회장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제철소 기술자로 일하던 그는, 1996년 헝다그룹을 설립하며 부동산 시장에 던져졌습니다.

 

그의 무기는 단순하지만 과감했습니다.

 

"은행 돈을 크게 빌려 땅을 사고,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선분양을 받아 건물을 짓는다.

그리고 그 돈으로 또 다른 땅을 산다!"

 

이른바 '빚으로 빚을 갚으며 덩치를 키우는 레버리지 방식'이었습니다.

마침 중국 정부의 거친 부동산 호황기 바람을 탄 헝다는 단숨에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2017년 쉬 회장의 개인 순자산은 무려 453억 달러(약 62조 원)에 달했습니다. 그는 공산당 고위 간부들과의 정치적 연줄(관시)을 적극 활용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무기징역일까?

하지만 빚으로 쌓아 올린 바벨탑은 금세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당국의 대출 규제가 시작되자 자금줄이 막혔고, 급기야 2024년에는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에 빠지기 전 2년 동안 매출을 무려 780억 달러(약 107조 원)나 부풀린 대형 분식회계가 적발되었습니다.

 

결국 법정에서 유용, 모금 사기, 허위 유가증권 발행, 뇌물 공여 등 온갖 범죄 혐의가 인정되었고, 법원은 "사회적으로 극심한 피해를 초래했다"며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헝다가 남긴 미상환 부채만 해도 무려 3,000억 달러(약 410조 원).

웬만한 국가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수치입니다.

 

2. "대도시도 예외 없다"… 차갑게 식어버린 중국 집값

헝다라는 거대 공룡의 무너짐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파장은 중국 전역의 집값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통계표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한눈에 보입니다.

 중국 주요 도시 주택 가격 동향 (전년 동월 대비)

  • 1선 도시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신축 주택 -1.1%, 기존 주택 -3.7% 하락
  • 2선 도시 (중소 대도시): 신축 주택 -2.8%, 기존 주택 -5.1% 하락
  • 3선 도시 (소도시): 신축 주택 -4.2%, 기존 주택 -5.8% 하락

흔히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1선 도시) 집값은 절대 안 떨어진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베이징의 기존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4.5%, 광저우는 4.7%나 떨어졌습니다.

신축 아파트보다 기존에 사람들이 살던 아파트 가격이 더 크게 빠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만 넘쳐나고 사려는 사람은 자취를 감추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1~7월 부동산 개발투자가 전년 대비 19.2%나 줄어들었고, 신축 주택 판매 면적도 12% 이상 급감했습니다. 집을 짓지도 않고, 사지도 않는 '부동산 얼음공주'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3. 중국 부동산은 왜 이렇게 깊은 늪에 빠졌을까?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정부의 기습적인 대출 억제책입니다.

2020년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며 개발사들의 부채 비율을 극도로 제한하는 '삼도적선(Three Red Lines)' 정책을 펼쳤습니다. 빚으로 연명하던 개발사들의 목줄을 갑자기 죄어버리니 연쇄 부도가 난 것이죠.

 

둘째, '미완공 아파트'에 대한 공포입니다.

개발사가 망하면서 돈은 다 냈는데 입주를 못 하는 짓다 만 아파트가 전국에 수천 짓이 생겨났습니다. 분노한 수분양자들이 대출금 상환 거부(모기지 보이콧) 운동을 벌였고, 이는 부동산 시장 전체의 신뢰를 박살 냈습니다.

 

셋째, 인구 구조의 변화입니다.

중국도 이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인구 이동도 한계에 다다랐으니, 새로 지을 아파트를 사줄 '다음 선수'가 사라진 것입니다.

 

4. 앞으로 중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중국인들은 전체 가계 자산의 약 70%를 부동산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떨어지니 내가 가진 재산이 줄어들었다고 느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갑을 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자산 효과의 후퇴'이며,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극심한 내수 침체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의 주범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이 V자로 급반등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대신 긴 시간 동안 완만하게 바닥을 다지는 'L자형 장기 정체'를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비록 중국 당국이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바꾸는 등 연착륙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한때 중국 경제를 뿜어내던 가장 강력한 엔진이었던 부동산이, 이제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무거운 모래주머니가 된 셈입니다.

 

쉬자인 회장의 무기징역 선고는 단순히 한 악덕 기업인에 대한 처벌이 아닙니다.

"빚으로 쌓아 올린 화려한 성은 언젠가 무너진다"는 경제학의 철칙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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