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회의, ‘트럼프 원맨쇼’로 끝나다
2025년 6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는 이례적으로 짧고 간결한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요구가 모든 것을 장악한 회의로 기록됐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핵심 질문을 피해 갔고, 중요한 안보 의제들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트럼프 원맨쇼"이자 "외교적 침묵의 장"이라고 평가한다.
방위비 GDP 5% 합의, 트럼프의 정치적 승리?
가장 주목받은 성과는 나토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5%까지 확대하겠다고 합의한 점이다.
이는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방위비 분담 확대’가 공식화된 결과로, 그는 이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적극 강조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기념비적 승리”라고 표현하며, “서구 문명 전체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회견 중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연출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유럽 정상들의 불편한 침묵이 있었다.
실현 가능성? 유럽 내 회의론 확산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이번 5% 목표가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우리는 2.1%만 지출해도 나토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며 합의 이행에 선을 그었고, 벨기에와 슬로바키아 역시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했다.
5% 방위비는 많은 유럽 국가들에게 과도한 부담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합의가 쉽지 않은 문제다.
‘짧고 비어 있는’ 공동성명…핵심 이슈 실종
이번 나토 회의의 공동성명은 단 427 단어, A4 1장 분량이었다.
이는 전년도 바이든 행정부 당시 5341단어, 44개 문단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회의 본회의도 단 1회만 개최됐고, 이는 트럼프의 ‘간결함을 선호하는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형식뿐 아니라 내용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북한 등 핵심 전략 이슈는 공동성명에서 사실상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러시아에 대한 표현도 "장기적 위협"이라는 톤 다운된 문장으로 끝났다.
전문가들의 비판: "트럼프에 휘둘린 회의"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트럼프의 입맛에 맞춰진 선언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필립 디킨슨 부소장은 “중국, 북한, 이란 등 전략 도전 과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외교 안보 전략의 실종을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리 호크스타더 칼럼니스트는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분노 발작을 피하기 위해 질문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극우 정당에 대한 트럼프 지지 ▶이란-러시아 연계 대응 ▶나토 집단방위 5조 약속 등 중요 이슈들이 논의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 미칠 파장: 방위비 증액 압박 현실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 합의가 아시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GDP 5% 방위비는 전 세계 동맹국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아시아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 한국은 2024년 기준 GDP 대비 국방비가 약 2.8% 수준이다.
만약 나토의 ‘5% 룰’이 미국의 외교 기조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 정부는 향후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국방비 증액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 '침묵'이 지배한 나토, 진짜 문제는 이제 시작
2025년 나토 정상회의는 본질적인 안보 논의보다는 정치적 쇼맨십과 외교적 침묵이 지배한 회의로 남게 되었다.
방위비 5%라는 상징적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기적 승리로 비춰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 동맹국들 간의 부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주요 미국 동맹국은 이러한 기류 속에서 외교적 대응 전략을 철저히 마련해야 하며, 방위비·안보 정책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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