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4200만 명 밥줄 끊겼다? 식비 지원 중단의 민낯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푸드 뱅크의 무료 음식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한 주민이  SNAP  수급자 신분증을 들고 있다. (사진= AFP )

 

셧다운의 그림자, 밥상부터 흔들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저소득층 4200만 명에게 식비를 지원하는 SNAP(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의 자금이 2025년 11월 1일부터 중단된 것입니다. 이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1964년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국 인구의 8명 중 1명이 이용 중인 SNAP은 그동안 매월 약 10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통해 수백만 명의 삶을 지탱해 왔습니다. 그러나 의회가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이 거대한 복지 체계가 한순간에 멈춰 섰습니다.

 

비상기금으로 ‘절반’만 지급… 숨만 겨우 쉬는 상황

연방 판결에 따라 미 농무부는 비상기금 46억 5000만 달러를 활용해 11월분 SNAP을 일부 지급하기로 했지만, 필요한 전체 금액인 8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수령액의 50%만 지급되며, 일부 주에서는 시스템 문제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유아를 둔 가정이나 실직 가구는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특히, 출산휴가 중인 젊은 교사나 단독 가구, 노년층은 이 지원에 생존을 의지해 온 만큼 파급력은 심각합니다.

 

트럼프 vs 민주당, 책임공방의 정점

이번 SNAP 중단 사태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간의 극한 대치가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오바마케어’ 보조금과 관련된 예산안.

트럼프 측은 이를 삭감하려 했고, 민주당은 이를 막기 위해 예산안 처리를 거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굶주린 국민이 원치 않으면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전화하라”며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겼습니다. 반면, 민주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 금칠하고, 연회장에 3억 달러를 쓰면서도 서민 식비 지원은 끊는 건 위선”이라고 정면 반박했습니다.

 

푸드뱅크도 비상, 식재료 공급망까지 흔들려

SNAP의 중단은 단순한 복지 문제를 넘어서, 전국 수천 개의 푸드뱅크와 이들에게 식재료를 공급하던 농가까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식재료 수요 급감은 농가의 수익에 직격탄이 되고, 수혜자들은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불안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일부 주에서는 자체 예산으로 보조금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지지율 하락, 셧다운이 정치 지형도 흔든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1%까지 떨어졌습니다.

특히 ‘경제 분야’와 ‘정부 운영’ 항목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37%, 36%로 추락하며, 셧다운의 파장이 여론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개 연설에서 “정작 중요한 건 굶주리는 국민인데, 대통령은 정원 포장과 연회장 리모델링에 더 관심이 많다”며 대중 감정을 자극했습니다.

 

셧다운 최장 기록 눈앞…해법은 있나?

현 시점(2025년 11월 4일) 기준 셧다운은 34일째를 맞고 있으며, 오는 5일이면 트럼프 1기 때의 35일 최장 기록을 넘어서게 됩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법원의 압박에 따라 임시 예산안(CR) 처리를 극적으로 타결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양측 모두 ‘책임 전가’에 열중하며 해법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결론: 굶주리는 국민과 정치 쇼의 이중성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단순한 행정 마비가 아니라, 서민의 ‘밥상’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복지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전 국민의 13%가 사용 중인 SNAP이 중단되면서, “굶주림이 정치 도구로 전락한 시대”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든,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입니다.

국민의 밥상에 정치가 올라타는 현실.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