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국의 공통된 쇠퇴 공식: ‘힘’보다 무서운 ‘오만’
강대국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 그리고 무엇보다 ‘기축통화’를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됩니다. 그리고 그 반복은 대부분 ‘자기 확신과 오만’에서 비롯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오늘날 미국의 모습은 100여 년 전의 대영제국과 놀라운 평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은 한때 자유무역의 선구자였던 영국이 몰락의 길로 들어섰던 이유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영국의 몰락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9세기 말,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산업국이었습니다.
자유무역을 주도하며 전 세계에 ‘팍스 브리태니카’를 구현했죠.
그러나 미국과 독일 같은 후발 국가들이 높은 관세 정책과 산업 보호 전략으로 추격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1932년, 영국은 수입관세법을 도입하고 오타와 회담을 통해 ‘제국 특혜관세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곧 자유무역을 포기하고 영연방 내부의 폐쇄 블록으로 후퇴하는 조치였습니다.
단기적으로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저하, 혁신 둔화, 해외시장 상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같은 길을 걷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일자리 보호와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철강, 알루미늄, 약품, 생활 소비재 등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2025년 들어서는 ‘해방의 날’까지 선포하며 전 품목 10% 관세, 국가별 무역적자에 따른 추가 관세라는 이중 관세 구조까지 도입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산업에 보호 효과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물가 상승, 기업 투자 위축, 동맹국과의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철강 산업은 오히려 수요가 줄어들고 관련 제조업체들은 공급망 비용 상승과 경쟁력 약화를 호소하게 되었습니다.
달러는 안전한가? 기축통화의 조건은 신뢰
현재 미국은 여전히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60%를 차지하는 달러를 중심통화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식 제재·관세의 무기화는 신뢰 기반의 달러 체제에 점차 균열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925년 영국이 무리하게 파운드를 금본위제로 복귀시키며 과대평가된 화폐를 유지하려다 수출 경쟁력을 잃고, 1931년 결국 금태환을 포기하며 국제적 신뢰를 잃은 사례는 오늘날 미국이 귀 기울여야 할 경고입니다.
미국의 힘, 진짜 위기는 어디서 오는가?
미국은 여전히 군사력, 기술력, 금융 시스템에서 압도적인 초강대국입니다.
하지만 신뢰가 사라진 초강대국은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맹국들과의 갈등, WTO 등 다자기구에서의 영향력 약화, 그리고 규칙 없는 보호주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미국 중심의 구조를 약화시키고, ‘미국 없는 경제블록’이 형성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는 1930년대 영국이 오타와 회담 이후 겪은 고립과 정확히 닮아 있습니다.
특권은 패권을 지켜주지 않는다
패권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즉흥적 정책 결정’, ‘국제 규범 무시’, ‘동맹국 압박’은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의 환호를 불러올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리더십 상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영국은 힘이 부족해서 몰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힘을 오만하게 썼기 때문에 스스로 쇠퇴를 자초했습니다.
미국도 지금, 같은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맺으며: 100년 전의 데자뷔를 넘어서려면
현재 미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단순한 ‘국익 우선’이 아니라, 세계 질서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강대국의 몰락은 외부의 도전보다 내부의 오만에서 시작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미국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정권의 정책이 아닙니다.
이는 패권국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역사적 실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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