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일본 외무상이 연례 외교연설에서 또다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부는 즉각 강력 항의하고,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철회도 촉구했다.
매년 반복되는 장면이다. 익숙해졌다고 해서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왜 지금도 이걸 반복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커진다.
나는 한 가지를 확신한다.
일본 정치인들도 오늘날 한국의 위상을 모를 리 없다.
경제력, 기술력, 문화 영향력, 국제 무대에서의 존재감까지—한국은 더 이상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한국의 자존심과 감정을 건드리는 방식이 과연 득이 되는가. 오늘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1. “13년째 반복”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는 것
일본 외무상들이 외교연설에서 독도(일본 측 표현으로 ‘다케시마’) 영유권을 주장한 건 2014년 이후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 일본 고유 영토”라는 표현은 거의 복사·붙여넣기에 가깝다.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말도 함께 나온다.
강경 문구와 협력 메시지가 한 문장 안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또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기로 하면서도, 장관급 격상은 보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역시 이중적이다.
말은 세게, 행동은 조절. 결국 일본이 이 문제를 ‘외교적 설득’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으로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2. 한국의 위상은 ‘객관적 현실’이 됐다
한일 관계를 논할 때 가장 큰 변화는, 우리 한국의 위상이 이제 감정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이라는 점이다.
-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서 핵심 국가
- 반도체·배터리·조선·방산 등 전략 산업 경쟁력
- K-콘텐츠가 만든 문화적 영향력
- 국제 의제(기후, 안보, 기술규범)에서 발언권 확대
일본 정치인들이 이 변화를 모른다고 보기 어렵다.
외교관과 관료 조직은 더더욱 안다. 이 정도 정보는 “모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매년 같은 망언이 반복될까?
3. 해답은 ‘외교’가 아니라 ‘국내 정치’에 있다
내가 보기엔 이 문제의 핵심은 외교 전략보다 국내 정치의 계산이다.
영토 문제는 어느 나라든 정치적으로 강력한 소재다.
간단히 말해 “내 편을 결집시키기 쉬운 이슈”다.
특히 보수층 결집, 정권 지지층 관리, 내부 결속이 필요할 때 영토·안보 이슈는 빠르게 동원된다.
즉, 이 발언은 한국을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일본 국내 청중을 향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
‘외교연설’이라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국내 정치 무대의 언어가 섞여 있는 셈이다.
4. 그런데도 “득이 없다”는 의문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
일본 정치인들이 이 발언으로 얻는 정치적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외교적 비용은 너무 크기 때문이다.
- 한국 내 반일 정서 자극
- 민감한 협력 의제(안보·경제·기술) 추진 동력 약화
- 민간 교류·관광·문화 협력에도 찬물
- 일본의 ‘성숙한 리더십’ 이미지 훼손
더 중요한 건, 이 갈등이 장기적으로 일본 자체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정세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북핵, 미중 경쟁, 대만 해협 긴장, 공급망 재구성 등 동북아는 한순간도 조용할 틈이 없다.
이런 시기에 한국과의 불필요한 감정 갈등은 일본에게도 전략적 부담이다.
5. “미래지향”이 말이 아니라 선택이 되려면
일본 정치인들이 진짜로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한일 관계를 ‘감정 소모형 구도’에서 ‘실익 협력형 구도’로 옮겨야 한다. 여기에 정답이 있다.
한일이 협력할 분야는 넘친다.
-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공급망 공동 대응
- 에너지 전환과 ESS, 원전·수소 등 기술 협력
- 우주·AI·양자 등 차세대 기술 표준 경쟁
- 북핵 억지와 해상안보, 재난 대응 협력
- 청년 교류와 문화·관광 협력 확대
이런 의제를 추진하려면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어”부터 줄여야 한다.
미래지향적 관계는 선언이 아니라, 서로의 최소한의 존엄을 존중하는 방식에서 시작한다.
6. 일본 정치인에게도 ‘장기적 정치 이익’이 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역설을 말하고 싶다.
일본 정치인들에게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단지 ‘이상론’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치적 이익이 될 수 있다.
일본이 지금 필요한 것은 “짧고 강한 구호”가 아니라 “길고 안정적인 성장”이다.
경제 회복, 산업 경쟁력 유지, 고령화 대응, 지역 안보 불확실성 관리—이 모든 과제는 주변국과의 협력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특히 기술과 산업의 시대에는 ‘적’보다 ‘파트너’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든다.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지도자는 일본 내에서도 “현실주의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성숙한 리더십”으로 인정받는다.
다시 말해, 미래지향적 노선은 일본 정치인에게도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7. 우리가 바라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성숙’이다
우리 한국이 일본에 바라는 것은 굴복이 아니다.
한국은 독도 문제에서 한 치도 물러설 이유가 없다. 동시에 한국은 협력이 필요한 의제에서는 충분히 현실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협력을 분리해 관리하는 성숙함이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반복할수록, 한국 사회의 감정적 반발은 커지고 협력의 공간은 좁아진다.
결국 손해는 양국 모두가 본다. 그렇다면 일본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경 발언이 아니라, 최소한의 자제와 현실 인식이다.
8. 결론: 지금이야말로 “낡은 문구”를 폐기할 때
우리 한국의 위상은 달라졌다.
일본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낡은 문구를 반복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도 망언은 일본이 얻는 게 거의 없는 ‘감정의 비용’만 키운다.
반대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양국의 산업 경쟁력과 안보 안정, 청년 세대의 기회 확대에 실질적 이익을 준다.
정치는 결국 미래 세대에 빚을 남기지 않는 선택이어야 한다.
지금의 한일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정치적 용기는, 상대를 자극하는 언어가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결단이다.
일본 정치인들이 진짜로 한국의 위상을 알고 있다면, 이제는 그 인식에 걸맞은 언어와 행동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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