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열병식은 단순한 군사 퍼레이드를 넘어, 중국 정치권력 구도의 미묘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불참과 장유샤 군사위 부주석의 배치가 특히 주목받으며 “시진핑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1. 후진타오의 불참 – 건강 문제인가, 정치적 거부인가?
열병식 현장에는 원자바오 전 총리, 리루이환 전 상무위원 등 15명의 고위 원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던 인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영 매체는 “건강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릅니다.
2022년 당 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가 시진핑의 지시로 강제 퇴장당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당국은 “몸이 좋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으나, 후진타오가 서류를 챙기려다 제지당하는 모습은 단순한 건강 이상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암시했습니다.
올해 들어 당 기관지가 후진타오 시절 정책을 긍정적으로 재조명한 사례가 늘면서 그는 여전히 당 내 원로로서의 상징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불참은 시진핑과의 결별 신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해외 평론가 샤오숴쟈: “중국 정치에서 누가 등장하고 누가 빠지느냐는 곧 정치적 입장의 표현이다. 후진타오의 불참은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니다.”
2. 장유샤의 배치 – 미묘한 권력의 줄다리기
후진타오 불참 못지않게 화제가 된 인물이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입니다.
그는 이번 열병식에서 은퇴 원로들과 같은 줄에 자리했습니다. 현직 정치국 위원이자 군부 핵심 인사가 원로들과 동급 대우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다만 그의 자리는 중앙이 아닌 오른쪽 끝이었습니다.
일부 평론가는 이를 “격을 낮추려는 의도”라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장유샤가 최근 ‘군부 실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스스로 중심부 자리를 피하며 부담을 줄였다는 해석이 그것입니다.
미국 학자 우쭤라이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장유샤가 원로들과 나란히 앉은 것은 그에 준하는 정치적 위상을 보여준다. 만약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인물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 군부 내 권력 구도 – 허웨이둥 실종과 장유샤 라인의 부상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허웨이둥 부주석의 불참입니다.
그는 몇 달째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실종’ 상태로 불립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숙청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군 지도부에서는 시진핑 최측근 라인이 무너지고 장유샤 라인만 남은 셈입니다.
이는 군부 내에서 시진핑의 장악력이 흔들릴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4. 원로 세력과 시진핑의 긴장 –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중국 정가에서는 매년 여름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현 지도부와 원로 세력 간 타협이 이뤄집니다.
올해 회의에서는 시진핑과 원로 그룹이 합의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후진타오의 불참은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원로의 불참이 아니라, 당내 세력 균형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읽힙니다.
5. 시진핑 체제의 안정성 – 여전히 건재하지만 균열 존재
시진핑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권력을 쥐고 있으며, 공산당과 국가 기구, 군부 대부분을 통제합니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에서 드러난 몇 가지 장면은 그의 권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후진타오 불참 → 원로 세력과의 결별
- 장유샤 배치 → 군부 내 권력 구도의 변화
- 허웨이둥 실종 → 시진핑 측근의 약화 가능성
이는 시진핑 체제가 단순히 안정적인 일극 체제가 아니라, 여전히 내부 균열과 권력 투쟁이 진행 중임을 의미합니다.
6. 국제적 함의 –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 정치
중국의 정치적 균열은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 금융시장, 글로벌 공급망, 그리고 미중 경쟁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권력 구도가 불안정할수록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이는 대외적으로도 불확실성을 키웁니다.
최근 중국이 강조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확대, 탈달러화 전략 등도 내부 권력 구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7. 결론 – 열병식이 보여준 메시지
이번 베이징 열병식은 단순한 군사 과시가 아니었습니다.
누가 참석했고, 어디에 앉았으며, 누가 빠졌는지가 곧 중국 권력 지도의 축소판이었습니다.
후진타오의 불참은 시진핑과 원로 세력의 결별을 상징했고, 장유샤의 자리 배치는 군부 권력 균형의 변화를 드러낸 장면이었습니다. 허웨이둥의 실종까지 고려하면, 시진핑 체제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결코 균열 없는 철옹성은 아닙니다.
결국 이 열병식은 세계에 이렇게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의 권력은 건재하지만, 내부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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