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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

리창 노동당 행사, 북·중·러 최고위급 집결의 숨은 의도

by 폴리조커 202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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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2025년 10월, 평양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열리는 대규모 경축 행사에 중국 권력 서열 2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푸틴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나란히 참석하기 때문이다.

 

이 두 인물은 각각 중국과 러시아의 사실상 2인자’로, 이번 방북은 단순한 축하 행사 이상의 외교적 의미를 가진다.

 

10년 전인 2015년, 북한 노동당 70주년 행사에는 중국의 서열 5위 류윈산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격이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최고위급 대표를 파견했다는 사실은, 북·중·러 3국이 다시 전략적 연대 축을 강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 글에서는 이번 방문이 가지는 국제정치적 함의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1. 리창 방북, 중국이 던진 ‘전략적 메시지’

중국 외교부는 10월 7일 공식 발표를 통해 “리창 총리가 9일부터 11일까지 북한을 공식 우호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조(북중) 관계를 잘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확고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명시했다.

즉, 이번 리창의 평양 방문은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의중을 대리 전달하는 외교 이벤트다.

 

중국 입장에서 리창은 경제 실무 총괄 책임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방북은 북한에 대한 정치적 지지뿐 아니라 경제 협력 복원 논의의 의미도 담고 있다.

대북 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은 교역과 인프라 지원을 통해 북한을 자국의 경제권 안에 다시 끌어들이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카드를 활용한 대미 견제 전략”으로 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PEC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일정이 겹치는 상황에서도 리창을 파견한 것은 중국이 동북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2. 메드베데프 방북, 북·러 군사 공조의 상징

러시아 측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평양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는 통합러시아당 의장으로서 푸틴의 오랜 정치적 파트너이며, 러시아 내에서는 ‘2인자’로 불린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 무기·에너지 협력 강화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조용한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메드베데프의 방북은 이러한 군사·경제 협력의 구체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이번 일정은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열리는 북·중·러 최고위급 회동이다.

이는 3국이 “반미(反美) 연대 강화”라는 공동의 외교 메시지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풀이된다.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 (?)하는 상황에서, 북·중·러는 사실상 ‘맞불 외교’를 선택한 셈이다.

 

3. 80주년 열병식, 단순한 기념식이 아닌 ‘정치 무대’

북한은 이번 행사를 위해 수개월 전부터 수만 명 규모의 열병식을 준비해왔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정주년(5년·10년 단위)’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는 전통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번 80주년은 내부 결속과 외교적 존재감을 동시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중국과 러시아의 최고위급 인사가 나란히 평양을 찾는 것은 북한에게 정통 사회주의 블록의 지지 재확인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는 고립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강하게 발신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은-푸틴 회담 이후 북러 밀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번 열병식은 3국 연대의 ‘사진 한 장’으로 외교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4. 북·중·러 연대, 왜 지금인가?

2025년의 국제정세를 보면, 이 세 나라의 연대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복귀 이후 “동맹 복원”을 기치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영향권을 지키기 위해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를 더욱 중시하게 되었다.

 

중국에게 북한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을 견제할 수 있는 완충지이며, 러시아에게는 서방 제재 속에서 군사·무역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귀중한 파트너다. 즉, 3국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시점이다.

 

이번 북·중·러의 동시 고위급 방북은 “가시적 동맹 선언”이라기보다, 서로의 이익이 일치하는 ‘실용적 연대(Pragmatic Bloc)’에 가깝다. 이들은 각자 국내 정치적 필요(푸틴의 전쟁, 시진핑의 경제, 김정은의 체제 안정)를 안고 있으며, 이익이 맞는 한에서만 협력하는 관계다.

 

5. 한국과 서방의 시각 – 불안한 균형의 시작

한국 외교부는 이날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통화에서 “북중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중국의 북한 지원이 핵 개발이나 군사 도발로 이어지지 않기를 우려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중·러 3국의 협력은 한반도 비핵화보다 ‘대미 견제 축’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동북아는 다시 “미국-한·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즉, 이번 행사는 단순히 과거 사회주의 동맹의 복원이 아니라 21세기형 지정학적 세력 균형의 재편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 군사, 기술 패권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힌 가운데, 북한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 전략적 축의 한가운데로 떠오르고 있다.

 

6. 결론 – ‘기념식’ 속에 숨은 메시지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이 행사는 북·중·러 3국이 국제사회에 보내는 “우리는 여전히 하나의 세력이다”라는 외교적 신호다.

리창과 메드베데프, 두 명의 2인자가 평양에 동시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정치적 메시지는 충분히 명확하다.

 

북한은 이를 통해 국제적 고립 탈피를, 중국은 미국 견제용 완충지 확보를,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를 위한 후방 지원을 각각 노린다. 결국 이번 행사는 세 나라 모두에게 실질적 이익이 되는, “정치적 연극이자 전략적 무대”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북·중·러 결속은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냉전의 재연”이 아닌 “공존의 균형”을 위해 더 정교한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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