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 중심에 또 다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가 1년 반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했지만, 예전과 같은 ‘퍼스트레이디’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딸 김주애는 부쩍 높아진 비중으로 대외에 노출되며 ‘후계자’로서의 상징성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의전상의 조정이 아닌, 북한 내부의 권력 승계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최근 제기된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맞물리면서 김주애의 ‘후계 수업’은 더 이상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1. 리설주의 등장과 퇴장, 그 상징성
2025년 6월 24일, 북한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딸 김주애와 함께 등장했고, 리설주는 이들 뒤를 조용히 따랐다.
카메라는 김정은과 김주애에게 집중됐고, 리설주는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반복됐다.
이는 단순한 편집이 아니라, 의도적인 연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리설주는 북한 매체에서 ‘존경하는 여사’로 불리며 김정은과 나란히 주요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의 역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는 권력 중심축이 리설주에서 김주애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2. 김주애, 북한의 실질적 후계자로 부상?
김주애는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행사에 처음 등장한 이후 군사 관련 행사, 경제 시찰, 외교 접견 등 다양한 공식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가해 주북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하고, 러시아 고위 인사들과 접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단순한 ‘딸’의 역할을 넘어, 김정은의 정책 노선과 리더십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 시작된 활동이 외교와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면서, 실질적인 후계 수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후계 구도의 맞물림
김정은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건강 이상설에 시달려 왔다.
심혈관계 이상, 체중 급감, 호흡 곤란 등과 관련된 추측은 물론이고, 수차례 장기 잠행 기록도 존재한다.
북한처럼 1인 절대 권력 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건강은 체제 안정성과 직결된다.
따라서 북한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후계자를 사전 노출시키고 체제를 연착륙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김주애의 연이은 등장과 공식 행사 동행은 그 자체로 ‘만일을 대비한 체제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4. 김여정 vs 김주애, 후계 경쟁의 변수
현재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실질적인 정무 파트너로 활동 중이며, 대외 전략·대미 메시지 등을 조율하는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김여정은 자신의 후계 야망보다는 오히려 김주애의 후견인 혹은 임시 권력자 역할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북한 내에서 ‘세습 정통성’을 유지하려면 김 씨 가문의 직계 혈통, 특히 김정은의 ‘자식’이어야만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여정이 만약 김정은의 건강 악화 등으로 당분간 정권을 이끌게 된다면, 김주애 성년 이후 권력 이양을 위한 과도기적 리더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5. 김씨 일가의 전략적 미디어 활용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권력의 미디어 연출에 매우 능숙한 국가다.
리설주의 등장은 김정은 집권 초기 ‘부드러운 이미지’ 연출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2013년 장성택 숙청 등 공포정치 이미지가 강할 때, 젊은 부인을 앞세운 리더십은 북한 내부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이제 그 역할은 김주애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리설주는 김정은과 주애가 있는 주석단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카메라 프레임에도 멀찍이 등장한다.
이는 공식적인 ‘배경인물’로 역할 변화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6. 북한 체제의 미래 – 세습체제의 다음 세대?
북한의 미래 권력 구조는 여전히 안개 속이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은 ‘김정은 – 김주애’ 2대 체제로의 세습 구조 유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통성과 체제 연속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한이 내년 2026년을 기점으로 김일성 탄생 115주년, 김정은 집권 15주년 등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시점을 전후로 김주애의 공식적인 후계자 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맺음말: 김정은 체제의 미래, 김주애가 중심으로?
리설주의 퇴장과 김주애의 부상은 단순한 세대교체나 가정사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지금 새로운 권력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며, 그 중심에는 김주애가 서 있다.
김정은의 건강 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러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
북한 정권의 본질은 여전히 김정은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그 후계 구도가 서서히 외부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금 북한 체제의 다음 페이지를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향후 김주애의 행보는 단지 북한 내부만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 국제 외교, 동북아 안보 지형에까지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북한판 와이키키’ 남한 관광객에게도 열릴까? (3) | 2025.06.28 |
---|---|
리설주, 1년 반 만에 복귀…북한 ‘퍼스트레이디’ 등장이 의미하는 것 (0) | 2025.06.26 |
북한, 러시아에 공병 등 6천 명 파병의 배경과 영향은? (2) | 2025.06.18 |
북한 승용차 개인 소유 허용 의도와 배경 (3) | 2025.05.21 |
북한 통일각 현판 '판문관'으로, 그 의미와 배경 (0) | 2025.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