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외국인 관광 중단…그 배경과 구조적 문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은 주민들을 조명하며 이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이들은 "최상의 문명을 맛보았다＂며 ＂우리의 생활에 더 좋은 내일이 어떻게 다가서고 있는지를 온몸으로 체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출처: 뉴스1

 

 

2025년 7월, 북한이 오랜 기간 야심 차게 개발해 온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돌연 외국인 관광객 수용을 중단했습니다.

외화 유입과 국제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삼았던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였지만, 개장 보름 만에 외국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공식 사이트 ‘조선관광’은 "7월 1일부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운영을 시작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잠정적으로 받지 않고 있다"라고 공지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것 역시 북한의 보여주기식 행정의 일환으로 원천적으로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보며 오늘은 가능한 방안까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초기 성과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일부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BBC는 지난주 러시아 관광객들이 최초로 입국해 원산갈마 관광지구를 체험했으며, 8월에도 두 차례 추가 여행 상품이 예정돼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는 "원산갈마는 환상적인 휴양지이며 모든 시설이 완벽하다"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외국인 관광을 외화벌이 및 체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관광 수요 저조가 중단 배경?

하지만 개장 이후 불과 보름 만에 외국인 관광을 중단한 배경에는 관광 수요 저조와 구조적 운영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외화 유입 기대와 달리 실제 관광 수익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BBC 보도에 따르면, 북한 여행 상품의 가격은 1주일 기준 약 1,800달러로, 러시아 일반 근로자의 평균 월급보다 60%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여행의 가격 접근성 면에서 큰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관광 인프라나 서비스 품질이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가의 여행 비용은 관광객 유치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 노출에 대한 북한의 민감성

관광객들이 북한 체제의 실상을 사진, 영상, 콘텐츠로 외부에 공유할 가능성 또한 북한 당국이 우려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유튜버, 여행 블로거, SNS 인플루언서 등의 입국은 체제 이미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과거에도 외국인의 촬영, 인터넷 사용, 동선 등을 철저히 통제해 왔으며, 이번 원산갈마 관광 중단 조치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관광 산업의 구조적 문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운영상의 실수가 아니라, 북한 관광 산업이 지닌 구조적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① 폐쇄적 체제와 관광의 본질적 충돌

관광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이동과 체험'을 핵심으로 하지만, 북한은 극단적으로 통제된 사회입니다.

자유로운 사진 촬영, 숙박 선택, 식사 장소 이용 등이 제한되며, 이러한 요소는 관광 경험을 제한합니다.

② 제한적인 타깃 고객층

북한이 실질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외국인은 중국과 러시아에 국한됩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국민 평균 소득이 낮고, 고급 관광 수요는 제한적입니다. 서방 국가 관광객은 정치적, 안보적 이유로 입국이 매우 어렵습니다.

③ 고비용-저가치 구조

관광 가격은 국제 수준이지만, 서비스나 인프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게다가 현금만 사용 가능하고, 환전·보안·의료 등 기본적 관광 인프라가 미비합니다.

④ 체제 이미지 통제에 대한 부담

외국인 관광객의 눈에 북한 주민의 실상, 인프라 상태, 내부 통제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북한 당국이 극도로 꺼리는 상황입니다. 이는 ‘관광’ 자체가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구조적 모순을 낳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북한 관광 산업이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합니다.

1. 관광 자유도 확대

외국인 관광객에게 기본적인 이동, 숙박, 촬영의 자유를 허용하고, 개방적인 관광 체험을 보장해야 관광 수요가 살아납니다.

2. 대상 국가 다변화

중국과 러시아에만 의존하지 말고, 한국·일본·동남아·유럽 관광객 유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3. 관광 인프라 및 서비스 질 향상

숙소 위생, 인터넷 환경, 통역 시스템, 안전 체계 등 관광의 기본 요소들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정비해야 합니다.

4. 비용 구조의 현실화

관광 가격을 실질 수요에 맞춰 시장 친화적으로 조정해야 하며, 패키지 다양화와 저가-고가 상품 분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5. 정보 통제 완화

일방적인 체제 선전이 아닌, 문화와 역사 중심의 관광 콘텐츠로 외국인과의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맺음말

북한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외국인 관광 중단은 단기 운영 실패가 아니라, 관광 산업과 정치 체제 간의 구조적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관광은 단순히 외화를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개방·교류·문화 소통의 창구입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관광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그 시작은 체제 안보보다 개방과 신뢰를 우선하는 근본적 인식 전환일 것입니다.

 

제 살아 생전 북한을 관광하는 날이 꼭 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