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젊은 시절 홍콩의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었고 그 후로도 사업차 홍콩을 1년에 2~3번은 다닌 것 같습니다.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식도 TV를 통해 본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일국양제(一國兩制)”, 즉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를 유지한다는 원칙 아래, 홍콩은 2047년까지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을 것으로 약속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어느덧 28년.
홍콩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의 홍콩 반환 후의 빛과 그림자를 돌아보겠습니다.
1. 정치: ‘일국양제’의 명암
● 빛 – 자치의 약속과 국제적 위상
- 반환 초기에는 고등법원, 경찰, 입법회 등 자체 시스템 유지
- 언론 자유, 시위 권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중국 속의 자유 도시”
- 아시아 금융 허브로 기능하며 국제적 신뢰 유지
● 그림자 – 민주주의 후퇴와 중국식 통제 강화
- 2014년 우산혁명: 민주적 선거 보장 요구, 학생 중심 대규모 시위
-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송환법’ 반대에서 시작된 전 사회적 저항
-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 반중 인사 체포, 언론 탄압, 선거 제도 개악 등 사실상 일국양제 붕괴
정치적 자율성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은 명분으로만 남고, 현실은 중국 본토화에 가까워졌습니다.
2. 경제: 번영의 유지와 글로벌 경쟁력
● 빛 – 금융허브로서의 위상 유지
- 홍콩증시(HKEX)는 세계 5대 증시
- 외환 자유화, 낮은 세금, 국제 금융기관 밀집
- 중국 본토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
● 그림자 – 중국 의존 심화와 탈홍콩 현상
- 국가보안법 이후 외국 기업 및 자본 이탈 가속화
- 스타트업·글로벌 기업들의 싱가포르, 두바이 등으로 본사 이전
-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실업, 양극화 문제 심화
여전히 금융 기능은 살아있지만,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제 신뢰도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3. 사회: 자부심과 갈등이 교차하는 공간
● 빛 – 독립된 시민의식과 국제적 정체성
- 홍콩인은 자신을 “중국인 아닌 홍콩인”이라 인식하는 경향
- 강한 시민사회와 자원봉사 문화
- 교육 수준 높고, 공공 서비스 인프라도 우수
● 그림자 – 세대 간, 정치 성향 간 갈등 심화
- 노년층은 “안정과 질서” 중시 vs 청년층은 “자유와 민주” 강조
- 친중파 vs 반중파로 사회 전반이 양분
- 중국 본토 유입 인구 증가로 인한 문화·경제적 충돌
홍콩은 점점 더 ‘하나의 도시, 두 개의 정체성’으로 분열되어 가는 양상입니다.
4. 문화: 자유로운 예술과 검열의 공존
● 빛 – 영화, 패션, 언어 등 독창적 로컬 문화
- 왕가위, 주성치, 장국영, 양조위 등 세계적 스타 배출
- 광둥어 문화권의 중심지, 다언어·다문화적 감수성
- 국제 영화제·예술제 활발, 아시아 문화의 교차로
● 그림자 – 표현의 자유 제한과 문화 검열
- 정치적 표현이 포함된 예술 작품은 검열·금지 조치
- 유명 언론사 ‘빈과일보(애플데일리)’ 폐간, 언론 자유 후퇴
- 민주운동 관련 도서, 영화, 퍼포먼스 사전 심의 필수
자유로운 문화의 도시였던 홍콩은 검열과 자기 검열이 일상화된 곳으로 바뀌는 중입니다.
5. 오늘의 홍콩, 그리고 2047년을 향한 질문
1997년 반환 당시만 해도 홍콩은 중국 속 ‘서양의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홍콩은 점차 ‘중국화 된 도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제 반환 50년의 약속이 끝나는 2047년이 20여년 정도 남았습니다.
그때가 되면 홍콩은 완전히 중국의 한 도시로 흡수될까요?
아니면, 다시 한 번 자치와 자유를 되찾으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날까요?
6. 마무리: 자유의 도시, 그 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홍콩은 지금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해외로 떠났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여전히 자유, 정체성, 삶의 질을 위해 이 도시를 지키고 있습니다.
“홍콩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더 강해지기 위한 과정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분은 1997년 이후 홍콩의 변화, 어떻게 느끼시나요?
자유와 통제 사이에서, 어떤 도시를 꿈꾸어야 할까요?
동양의 진주, 아시아의 금융허브였던 홍콩은 이제 예전보다 훨씬 못한 이름만 유지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2020년 홍콩의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일국양제의 약속은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것을 우려해 1997년 반환 시, 제 홍콩 동료들 중 다수는 캐나다, 영국, 호주로 이민을 갔습니다.
지금도 이민 행렬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을 대만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홍콩의 사례가 그들의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제 마음속에는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 보던 하버뷰와 홍콩의 전경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아름다운 동양의 진주가 지속적으로 찬란한 빛을 발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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