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일본에서 이례적인 채용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에게 연봉 5600만 원을 제시하고,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하겠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심각한 인력난 속에서 펼쳐지는 이 고졸 채용 경쟁은 단순한 경제 현상을 넘어, “학력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 변화는 결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학력 중심 사회인 대한민국 역시 비슷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며, 어쩌면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동일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일본 사례를 통해 한국이 직면한 학력 인플레이션, 교육비 부담, 청년 취업난 문제를 조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해보려 합니다.
1. 일본 기업들, 고졸자에게 “대학 등록금+연봉 5600만 원” 제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회계 시스템 기업 TKC는 2026년 입사 예정 고졸 직원 전원에게 대학교 학비 전액 지원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들은 근무 시간 중 일부를 대학 수업에 사용할 수 있으며, 5년 내 졸업을 목표로 커리어를 쌓게 됩니다.
또 다른 사례로, 고속버스 운영사 윌러 익스프레스는 경력, 나이와 관계없이 고졸 신입에게도 연 600만 엔(한화 약 5600만 원)의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일본 고졸 평균 연봉(약 2000만 원)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외에도 외식업체 레드랍스터, 주류업체 히토마이루 등 다양한 기업들이 고졸 인재 확보를 위해 기숙사 제공, 자격증 비용 지원, 운전면허 취득 비용 전액 면제 등 복지 강화 전략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고졸 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학벌보다 실무 능력과 태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2. “이게 바로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 한국 사회의 현재
우리 한국 사회는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운 대표적인 고학력 사회입니다.
2025년 기준 국내 대졸자 비율은 70%를 넘어섰으며, 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대학을 졸업한 많은 청년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단기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에 머무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스펙은 넘치는데 일자리는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대학은 더 이상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고학력자의 취업난과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 학력 인플레이션, 언제까지 감당할 것인가?
한국에서 대학 진학은 일종의 “기본값”이 되어버렸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선택하면 “루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강합니다.
이 때문에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도 또 다른 자격증과 스펙을 쌓아야 하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 비효율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수십조 원 규모의 사교육비, 대학 운영비, 공교육 보조금 등이 “무조건 대학”이라는 인식 아래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 바로 이 문제를 직시하고, ‘고졸=비전 없음’이라는 공식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대졸자 공급 과잉 vs 고졸자 기회 부족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4. “대학 안 가도 괜찮은 사회”가 진짜 선진국이다
일본의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고졸에게도 성장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TKC의 고졸자 대학 지원 제도는 ‘입사 후 학습’을 가능하게 해 주며, 이는 곧 평생학습 기반의 커리어 설계라는 선진적인 인사제도입니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되면, 청년들은 “무조건 대학 → 취업”이라는 일방향 경로에서 벗어나, “고졸 → 실무 경험 → 대학 진학 or 커리어 성장” 등 다양한 경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능력 중심 사회로의 이행이며, 그 자체로 사회적 다양성과 기회의 평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됩니다.
5. 한국도 이제 변화해야 한다 – 제언
이제는 우리도 물어야 할 때입니다.
- 모두가 대학을 가야만 하는 사회가 정말 바람직한가?
- 학력이 아니라 능력과 경험 중심으로 사람을 평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청년들이 다양한 경로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가?
정부는 고졸 채용 인센티브 강화, 직업 교육 내실화, 고졸 취업 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은 고졸자 채용 후 성장 경로를 제시하고, 사회 전체는 학력 중심 인식에서 벗어나 진짜 실력과 태도를 평가하는 문화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개개인은 이제 자녀에게 “좋은 대학 가라”가 아닌, “너의 길을 잘 설계해 보라”는 메시지를 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맺음말: 일본은 거울, 한국은 기회
일본의 고졸 채용 강화는 단순한 인력 확보 전략이 아닙니다.
이는 학벌 중심 사회의 틀을 깨고,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려는 움직임입니다.
우리 역시 이 흐름에 주목하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환점을 맞이해야 합니다.
“좋은 대학”이 아닌, “좋은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사회야말로 진짜 선진국입니다.
일본은 변화를 시작했고, 우리는 그 변화를 거울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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