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는 늘 복잡한 역사와 정치, 그리고 동북아의 국제 정세가 얽혀 있습니다.
그런 만큼 양국 정상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은 언제나 큰 주목을 받습니다.
이번 2025년 9월, 부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역시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을 지닌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8월 일본 도쿄 회담에 이어 한 달여 만에 성사된 이번 만남은, 단순한 외교 행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1. 부산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례성의 의미
이번 회담이 열린 장소는 수도 서울이 아닌 부산입니다.
일본 총리가 한국의 지방 도시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의 제주 회담 이후 21년 만의 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에게 “다음 회담은 지방에서 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부산 회담이 성사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의 선순환
이라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일본 정부 또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관계 진전을 논의할 중요한 기회
라 평가했습니다.
단순히 의례적인 회담을 넘어, 두 나라가 서로의 제안에 응답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의 기반을 쌓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주요 의제: 인구, 지방, 미래 산업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과거사보다는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 문제에 맞춰졌습니다.
인구 소멸, 저출산·고령화 문제, 지방 소멸 위기, 그리고 미래 산업 협력 등이 주요 화두로 거론됐습니다.
두 정상은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관련한 공동 문서를 발표할 가능성을 최종 조율했습니다.
또한 미국발 관세 협상 경험 공유,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기술 산업 협력도 논의 의제에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양국은 당장 해결이 시급한 사회 문제와 경제 현안에서 공감대를 넓히며,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3. 과거사 문제의 한계와 정치적 현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과거사 문제에서는 유의미한 진전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시바 총리가 속한 자민당이 곧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 문제에 전향적 발언을 해온 이시바 총리라 해도,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한일 관계에서 언제나 반복되어온 패턴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일정과 여론에 따라 과거사 문제는 쉽게 진전을 이루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번 부산 회담도 공동 합의문 수준에서 역사 문제를 다루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4. 셔틀 외교 복원의 상징성
과거사 논의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셔틀 외교 복원 그 자체입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연속으로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사실은, 양국 정상이 서로의 필요와 신뢰를 인정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셔틀 외교란 정례적으로 상호 방문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외교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는 양국 관계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통 구조로 자리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일 관계는 역사 문제로 종종 급격히 냉각기를 겪어왔지만, 정례적인 셔틀 외교는 갈등이 생겨도 다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이 됩니다.
이번 부산 회담은 그 안전판이 다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선거 이후 퇴임할 예정이란 점에서, 이번 회담은 현 총리 재임 중 마지막 한일 정상 만남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만큼 역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이벤트라 할 수 있습니다.
5. 향후 과제: 실질 협력과 신뢰 구축
그렇다면 이번 회담 이후 한일 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첫째, 양국이 합의한 저출산·지방 소멸 문제, 미래 산업 협력 등 공동 현안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단순히 의제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둘째, 역사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서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는 일본 정치 일정에 좌우되기보다, 장기적인 신뢰 구축과 공동체 의식 형성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셋째, 한일 양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외교 변수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안보, 무역,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이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두 나라가 양자 관계를 넘어 국제적 파트너십으로 확장하는 비전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부산 회담의 메시지
이번 부산에서의 한일 정상회담은 단순히 또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양국 정상이 셔틀 외교를 복원하고,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과거사 문제 해결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당장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대화 채널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앞으로 한일 관계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를 마주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갈등 속에서도 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살아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부산의 가을바람처럼, 한일 관계도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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