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공장 불법체류 단속 사건, 한국 기업 대미 투자와 비자 리스크

미국, 현대차 -LG 엔솔 공장서 불체자 단속 2025.9.5 [ 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캡처]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불법체류 단속이 벌어져 한국 국적자 수백 명이 체포된 사건은 단순한 노동 단속을 넘어선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 확대 속에 비자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불법 근로, 비자 제도의 한계,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 그리고 한국 기업이 직면한 과제를 심도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조지아 배터리 공장 단속

2025년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롯한 연방 기관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HL-GA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450~560명에 달하는 인원이 체포되었고, 그중 200~300명이 한국 국적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체포된 인원은 일용직 노동자뿐 아니라, 출장 비자(B1)나 무비자(ESTA)로 입국해 현장에서 업무를 본 기업 직원들도 포함되어 충격을 주었습니다.

 

2. 왜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체포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비자 문제입니다.

미국에서 현지 공장에서 실제로 일을 하려면 H-1B(전문직 취업), H-2B(단기 근로), L-1(주재원) 비자 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들 비자는 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수개월 이상 소요되며, 연간 발급 건수도 제한되어 있어 기업 입장에서 즉각적인 인력 파견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한국 기업들은 무비자 ESTA나 B1 단기 상용 비자에 의존해 직원들을 보냈습니다.

문제는 두 비자 모두 회의 참석, 계약 협상, 시장 조사 같은 비즈니스 활동만 허용할 뿐, 현장 근로는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단속은 바로 이 관행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입니다.

 

3.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 “ICE는 자기 할 일 했다”

단속 직후 언론은 “현대차와 LG처럼 대규모 투자를 한 해외 기업에 대한 단속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동시에 그는 “해외 기업 투자도 미국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미국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이익을 얻는다”며 이번 사안을 외교적 부담으로 떠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반이민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제조업 활성화와 이민 단속이 충돌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는 안정적이고 훌륭한 노동력을 원한다”고 말하며 미국 내 일자리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4. 구조적 문제 – 한국 기업의 비자 리스크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입니다.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215억 달러(약 30조 원) 투자를 약정하며 미국 내 최대 투자국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투자 인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매우 취약합니다.

• H-1B 비자: 매년 8만 5000개 한정, 한국인은 약 2000명 내외만 승인.
• H-2B 비자: 연간 6만 6000개, 경쟁 치열해 조기 마감이 일반적.
• L-1 비자: 주재원용이지만 발급 요건이 까다롭고 절차 지연.

반면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칠레, 호주 등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전용 비자 쿼터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은 한미 FTA 체결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자 쿼터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ESTA와 B1 비자에 의존해 온 것이죠.

 

5. 반복된 법안 발의와 좌절

한국 기업과 재계는 오래전부터 전문직 비자 쿼터 신설을 요구해 왔습니다.

2013년 이후 매 회기마다 미국 의회에 한국 전용 비자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통과에 실패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계 영 김 의원이 ‘한국과의 파트너 법안’을 발의해 연간 최대 1만 5000개의 E-4 비자를 신설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 분위기 속에서 의회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6. 이번 사건이 던지는 교훈

현대차-LG 공장 단속 사태는 한국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줍니다.

 

비자 문제는 ‘시간 절약’ 차원이 아니라 기업 생존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 내 투자 확대와 함께 외교적 노력을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ESTA·B1에 의존하는 관행은 이제 법적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인력 파견 전략은 단기 편의보다 장기적 합법성 확보가 우선이다.

 

7. 앞으로의 전망

단속 여파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환경은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투자 파트너이기에 양국 정부가 협상을 통해 비자 제도 개선을 논의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투자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만큼, 법 집행의 엄격함과 기업 투자 유치의 균형이 향후 관건이 될 것입니다.

 

맺음말 – 한국 기업, 비자 리스크 관리 없이는 미래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불법 체류 단속”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인력 파견 전략의 근본적 허점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려면 합법적 비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는 “급하면 ESTA”라는 안일한 관행을 버리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제도 개선과 합법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진정한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면 투자 규모뿐 아니라 제도적 안정성까지 확보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