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세계 경제의 한복판에서 흥미로운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무역, 관세, 공급망을 넘어 이번엔 '통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함께 중국은 미국 달러에 맞서 위안화를 국제 결제 통화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루자쭈이 포럼을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 확대를 공언했고, 이에 따라 디지털 위안화, CIPS(중국판 SWIFT) 등의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달러, 국채 유동성 강화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 중이다.
과연 이 치열한 통화 경쟁에서 누가 웃게 될까?
BRICS 무역 규모, G7을 넘어서다
2024년 이후 BRICS는 단순한 신흥국 연합에서 'BRICS+'로 확장되며 사우디, 이란, 이집트, UAE 등 자원 대국이 대거 합류했다. 그 결과, BRICS+는 세계 인구의 45%, GDP의 32%를 차지하게 되었고, 무역 규모만 따지면 G7보다 커졌다.
BRICS는 이제 석유, 가스, 곡물,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을 장악한 블록으로, 미국 중심의 무역 구조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위안화 기반 무역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BRICS 회원국들에게 달러 대신 위안화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국제 거래는 달러로 이루어진다. 왜일까?
왜 위안화는 달러를 넘지 못하는가?
겉보기엔 위안화가 기세등등하다.
중국 경제 규모는 세계 2위고, CIPS라는 자체 결제 시스템도 있다.
디지털 위안화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위안화는 여전히 전 세계 외환거래의 3% 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반면, 달러는 약 85% 이상의 국제 거래에서 사용된다.
1) 자본 통제와 불투명한 환율
위안화는 자유화된 통화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환율을 통제하고, 자본 유출입에도 제약이 많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환율 정책이 바뀌거나,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나라의 통화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2) 결제 인프라 격차
중국의 CIPS는 아직도 SWIFT에 의존하고 있고, 거래량도 CHIPS(미국 결제망)의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하루 1.8조 달러가 오가는 CHIPS와 비교해 CIPS는 한 달 거래량이 1000억~7000억 위안 수준이다.
결제 시스템이 없으면 기축통화도 없다.
3) 자산 유동성 부족
세계 중앙은행들은 안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을 원한다.
미국 국채는 가장 깊고 투명한 채권시장이다.
반면 위안화 채권은 유동성이 낮고, 외국인 보유 비중도 적다. 즉, 위안화로 벌어도 쓸 곳이 별로 없다.
4) 군사력과 국제정치의 뒷받침 부재
달러는 경제력만으로 패권을 가진 게 아니다.
미국의 군사력, 외교력, 국제질서 리더십이 뒷받침된다.
기축통화란 '국제 신뢰'의 상징이다. 중국은 아직 그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의 반격: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달러
미국은 놀랍게도 ‘가상 자산’을 통해 오히려 달러 패권을 더 강화하고 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USDT), USDC 등은 달러에 1:1로 고정된 디지털 화폐다.
전 세계 커피숍과 온라인 상점에서 달러를 직접 쓰게 해주는 기술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작년 기준 27조 달러 이상 거래됐고, 이는 비자·마스터카드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발행사들은 이 수익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어, 중국이나 일본을 제치고 미국 재무부의 주요 자금원이 되고 있다.
미국은 GENIUS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했고, 안전한 달러 기반 디지털 경제를 구축 중이다.
중국의 카드: 희토류, 서비스 개방, 디지털 위안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희토류 수출, 서비스업 개방 등을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와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 AI 산업을 지배하기 위해선 희토류가 필수지만, 중국 독점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내에서는 빠르게 확산 중이지만, 국제 시장에서는 보안, 투명성, 신뢰 부족으로 제한적이다.
결론: 브릭스가 커도, 달러는 여전히 중심에 있다
BRICS+가 무역 규모에서 G7을 추월한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축통화는 단순한 거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신뢰, 유동성, 시장 개방도, 정치적 안정성, 군사력 등 복합적 요소가 결합되어야 한다.
미국은 지금도 그 모든 조건을 갖춘 유일한 나라다.
위안화는 강력한 지역 통화일 수는 있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통화는 되기 어렵다.
달러의 왕좌는 단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구조적 기반 위에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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