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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

“워라밸은 없다”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파격 리더십, 혁신인가 무리수인가?

by 폴리조커 2025.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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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달 4일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된 직후 양원 의원총회 연단에서 연설하는 모습. 그의 "일하고(働いて),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은 대중에게 강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JNN 캡처

 

일본 최초의 여성 보수 강경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취임 직후부터 일본 정치권과 사회를 흔들고 있는 이 총리는 단순한 ‘파격’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월급 삭감은 기본, 새벽 3시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고, SNS를 통해 ‘머리 자르다 실패한 썰’까지 국민과 공유하는 스타일은 과거 일본 정치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하지만 ‘일하는 총리’라는 이미지가 무조건 긍정적일까?

오늘은 다카이치 총리의 리더십 스타일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중심으로, 그녀가 상징하는 새로운 정치 문법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1. 새벽 3시 출근, 전례 없는 강행군

지난 11월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 준비를 위해 다카이치 총리는 오전 3시 1분 관저에서 출발, 3시 4분 공관에 도착해 비서진과 회의를 시작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이 회의는 ‘초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언론과 야당의 도마에 올랐다.

 

총리 측은 “답변서 완성이 늦어졌고, 숙소에는 구형 팩스밖에 없어 부득이하게 공관으로 이동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야당은 “총리가 3시에 출근하면 직원들은 새벽 1시부터 대기해야 한다”며, 직원 혹사형 리더십이라 비판했다.

 

일본 언론도 반응은 엇갈렸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례적인 시간대 출근”이라고 표현했고, 마이니치는 “책임감 있는 리더라는 평가와 함께, 과로 리스크를 유발하는 리더십이라는 지적이 병존한다”고 보도했다.

 

2. “일하겠습니다” 다섯 번 외친 총리, 지지율 82%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던 지난달 4일, 양원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하고(働いて),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

 

이 다섯 번의 “일하겠다”는 반복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취임 후 그녀는 즉시 세비 절반 삭감, 강행군 일정, 주말 반납 선언 등을 통해 강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총리 월급인 약 115만 2000엔(약 1,095만 원)과 국회의원 기본급 129만 4000엔(약 1,230만 원) 중 일부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내각 가운데 이처럼 명확히 ‘급여 삭감’을 선언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그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TBS-J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무려 82%.

이는 2001년 고이즈미 내각(8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3. “워라밸 버리겠다” 선언과 그 여진

다카이치 총리는 “워라밸이란 단어를 버리겠다”고 선언하며 “모두가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 사회 전반에 근성 문화 복귀냐, 과로 사회 회귀냐는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2010년대 초반 일본은 잇단 청년 과로사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을 받았고, 여야 합의로 노동시간 상한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런데 다카이치 내각은 이 상한 규제의 완화를 검토 중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은 “과로사 시대의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에서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일각에서는 직장 내 갑질을 정당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 SNS로 소통하는 ‘일하는 사람’ 총리

다카이치 총리는 SNS 플랫폼 X(구 트위터)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사나 유머, 실수담까지 국민과 공유한다.

 

예: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다 실패해 남편의 웃음거리가 됐다.”

     “주말엔 숙소에 머물며 밀린 예산안 검토와 집안일을 병행 중이다.”

 

이처럼 인간적인 모습은 ‘철혈 총리’ 이미지에 균형감을 부여하며 국민의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녀를 “일본의 여성형 트럼프”라 부르기도 한다.

 

5. 마무리: ‘일하는 총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는 확실히 강렬하다.

정치인의 말이 아닌 행동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워라밸을 버리겠다’는 발언이 실제로 세비 삭감, 새벽 출근, 주말 반납 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성과’가 아닌 ‘근성’만을 강요하는 정치’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총리 혼자 일찍 출근한다고 국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피로 누적, 공무원 과로, 노동자 복지 침해로 이어진다면 그 리더십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일하는 리더’가 존경받기 위해선,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함께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보여주는 ‘파격’이 진짜 ‘혁신’으로 남으려면, 사람 중심의 국정운영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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