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가 2025년 10월, 26년 만에 거대한 균열을 맞이했다.
1999년부터 이어진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이 붕괴되며, 일본 정계는 말 그대로 ‘혼돈의 계절’에 들어섰다.
공명당의 전격적인 연정 탈퇴 선언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일본 정치 지형을 완전히 재편할 수 있는 정권교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명당, “그동안 많이 참았다” — 26년 인내의 끝
이번 사태의 주인공은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다.
그는 자민당 신임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와의 회담 자리에서 “앞으로도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면 연정은 끝”이라 선언했다. 그리고 실제로 회담은 결렬됐다.
사이토 대표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작은 존재라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 참아온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26년 동안 자민당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 있던 공명당의 ‘참을 수 없는 인내’가 결국 폭발한 것이다.
결별의 직접적인 이유는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과 강경보수 노선.
사이토 대표는 “자민당의 ‘정치와 돈’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며 신뢰 붕괴를 공식화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재가 부패 의혹 인사인 하기우다 고이치를 당 지도부에 임명하자, 공명당 내부에서 “도덕적 기준을 버렸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결국 공명당은 ‘평화’와 ‘중도’를 내세우며 자민당의 매파적 행보에 선을 그었다.
공명당 이탈의 정치적 파장 — 일본 정치, 13년 만의 권력 교체 기로에 서다
공명당의 이탈은 일본 정치의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현재 일본 중의원(하원)은 465석으로 과반은 233석이다.
하지만 자민당은 196석에 불과하고, 공명당(24석)이 빠지며 과반 확보는 불가능해졌다.
반면 야3당 — 입헌민주당(148석), 일본유신회(35석), 국민민주당(27석) — 은 합계 210석으로 자민당을 앞선다.
즉, 야권 단일화만 성공한다면 13년 만의 정권교체가 현실이 되는 셈이다.
야권의 ‘히든카드’ — 다마키 유이치로의 부상
야권의 중심에는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가 있다.
그는 “총리를 맡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야권 단일 총리 후보로 부상했다.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 역시 “각 당 대표의 가능성은 동등하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결국 야권은 다카이치 사나에에 맞서 ‘다마키 카드’를 내세워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념의 간극이다.
입헌민주당은 “평화헌법 수호”와 “원전 제로”를 내세우는 진보 성향 정당인 반면, 국민민주당은 안보법 수용과 원전 유지를 주장하는 실용 중도 세력이다. 이념 조율이 실패하면 야3당의 단일화는 깨질 수 있고,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이 다시 유력해진다.
다카이치 vs 다마키 — 보수의 다른 얼굴
다카이치 사나에는 일본 자민당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보수파로 꼽힌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배외주의, 아베노믹스 계승 등 ‘보수의 정통 후계자’로 불린다.
반면 다마키 유이치로는 ‘국민 중심의 실용 보수’를 자처하며 젊은 세대와 중도층의 지지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국가 중심의 보수, 다마키는 국민 중심의 보수다.”
이 대비는 일본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공명당의 전략적 침묵 — 킹메이커로 부상?
공명당은 이번 총리 선거에서 자당 대표 사이토 데쓰오의 이름을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곧, 누구에게도 표를 몰아주지 않겠다는 전략적 중립 선언이다.
결선투표로 갈 경우 공명당이 던지는 단 몇 표가 총리 선출의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참아온 26년의 보상”이 이제 정치적 영향력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3가지 시나리오로 본 일본 정치의 향방
① 다카이치 단독 총리 시나리오
야권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다카이치가 자민당 단독 체제로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과반 미달의 불안정 정부가 되어, ‘1년짜리 총리’로 끝날 수도 있다.
② 자민당 + 일본유신회 연정 시나리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와의 보수 연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두 당 간 정책 접점이 거의 없어, 연정 성사 가능성은 낮다.
③ 야권 단일화 — 13년 만의 정권교체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가 정책 조율에 성공해 단일화할 경우, 다마키 유이치로 총리의 탄생으로 13년 만의 일본 정권교체가 현실화될 수 있다.
‘1당 독주’에서 ‘정치 실험’의 시대로
이번 연정 붕괴는 단순히 한 정당의 이탈이 아니라, 일본 정치가 1당 중심의 안정기에서 다당 경쟁의 실험기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자민당은 1955년 이후 일본 정치를 장악해온 절대 권력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의 재편”, “중도의 부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모두 열린 상태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다수파를 형성해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각 당이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은 지금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대,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리더십 실험의 무대로 진입하고 있다.
맺음말 — ‘다카이치냐, 다마키냐’ 그 너머의 질문
현재 일본 정치는 숫자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보수의 재편, 중도의 귀환, 그리고 유권자의 피로감.
26년 만의 연정 붕괴는 어쩌면 일본 국민이 던진 “변화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정권교체가 실제로 이뤄질지, 아니면 자민당이 또다시 살아남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일본 정치의 시대는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다카이치와 다마키, 그리고 공명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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