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세로 타계한 북한 외교의 ‘얼굴’
북한의 외교 수장으로 불렸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025년 11월 3일,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으로 평양에서 사망했습니다. 향년 97세.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4일 공식 부고를 전하며, 그를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로 평가했습니다.
김영남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권력체제 하에서 모두 핵심 외교·정책 직책을 맡으며, 북한 체제의 안정적 외교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는 한 번의 숙청이나 좌천 없이 60여 년간 외무성과 노동당 국제부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1998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 역할을 했습니다.
남북관계에서의 상징적 인물
대한민국 국민에게 김영남의 얼굴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었습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진행하며 남북 대화 재개에 상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그의 사망에 대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튼 인물”이라며 4일 조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정 장관은 “2005년과 2018년, 두 차례 평양에서 김영남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며 개인적 인연도 강조했습니다.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장례…김정은 직접 조문
김영남의 장례는 북한 국장 형식으로 치러지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새벽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직접 조문했습니다.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이 모두 참석했으며, 발인은 11월 5일 오전 9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국가장의위원회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박태성 내각 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과거 대남라인을 맡았던 김영철, 리선권 등의 이름이 명단에서 제외되어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문단 파견은 “NO”…남북 관계 단절이 만든 형식
과거 북한 고위 인사의 사망 시 남측은 전통문 형식으로 조전을 보냈으나, 현재는 남북 통신선이 단절된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고,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정 장관 명의의 조의문을 공식 발표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이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과거 평창올림픽에서 교류의 가능성을 연 김영남이 사망한 오늘, 그의 조의문조차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현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정체 상태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김영남, 북한 외교의 끝인가
김영남의 퇴장으로 북한은 오랜 시간 유지해 온 전통 외교 노선의 하나를 상징적으로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외교 방식은 온건하고, 체제 우호적이며, 국제사회와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외교 전략이 나타날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북한은 중국·러시아와의 결속을 강화하는 반면, 미국·한국과의 관계는 전례 없이 냉각된 상태입니다.
김영남이 맡았던 유연한 외교의 역할을 계승할 후임이 등장할지, 혹은 더욱 경직된 외교 체제로 전환될지는 북한의 향후 정책 방향에 달려 있습니다.
정리하며: 김영남의 퇴장이 남긴 것
김영남은 단순한 관료가 아니라, 북한의 국제적 얼굴이자, 대외 신뢰를 이끈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사망은 북한 내부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작지 않은 의미를 남깁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금, 그의 퇴장은 더욱 시대의 전환점처럼 느껴집니다.
통일부의 조의문처럼, 이제는 남북 양측 모두 상호 존중 속에서 다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지도력을 기대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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